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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7 술!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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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연말이다. 지금 필자는 한국에 있지 않지만 지금 쯤 한국에서는 전국 곳곳에서 술 파티가 벌어지고 있을 장면은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가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술 소비량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많은 나라이다. 오죽하면 '백의민족' 다음으로 한민족을 표현하는 말이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민족이였겠는가. 그렇지만 술로 인해서 일어나는 수많은 불행한 사건들과 사고들 가정 파괴등의 문제들을 떠올리면 먹고 마시고 즐기기 전에 '술'이란 것이 자칫 잘못하면 어떠한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필자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은 말레이시아라는 말레이 반도에 위치한 나라이다. 국토는 남북한을 모두 합친 크기보다 조금 더 크고 위치는 그 유명한 싱가포르 바로 위에 있는 나라이다. 이 나라는 이슬람이 국교로 지정된 나라로 음주가 엄격하게 금지 되어 있다. 글쎄 정확히 어떤 법령에 의해서 어떻게 금지를 시키고 있는 것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길거리에 술집을 찾아 볼 수 없고 편의점 같은 곳에서 술을 팔지 않고, 마트에서도 '술'은 구석진 방 같은 곳에서 따로 팔고 있다. 본인은 현지 맥주 맛을 본다는 이유로 한 두 번 이용해 보았을 뿐 현지인들이 그곳에서 술을 사가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여하튼 그 어느 곳에서든 손만 뻗으면? 술을 구할 수 있는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횡단보도도 찾아 보기가 힘들고 길 곳곳에는 하수도 뚜껑이 열려있어 도보 환경이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음에도 그로인해 사고가 나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추측이지만 그건 아마도 국민들이 술에 취해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마 한국의 음주 문화를 그대로 이곳 말레이시아로 가져온다면 도시 곳곳에서 끊임없이 교통사고와 실족사고로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게 될 것이다.


이곳에 머물면서 느끼고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한국 사람이 술을 좀 덜 먹었더라면 지금보다도 더 잘사는 선진국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만큼 근면하지도 않고,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도 희박한데다 국가 자체적으로 연휴(연달아 쉬는 날)도 너무 많다. 그럼에도 본인이 느끼기에 서비스 마인드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한국 보다 못할게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시내 중심가 쪽에 나가서 돌아다녀 보면 한국 보다 잘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특히 쇼핑몰의 규모와 수준에 있어서는 한국보다 확실히 앞서 있다고 본다. 한국의 삼성동 코엑스 쇼핑몰이나 동대문 패션몰을 크고 좋다고 생각했던 태도는 이곳의 쇼핑몰들을 둘러보고 말없이 수그러들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에서 매번 새로운 쇼핑몰을 발견할 때마다 새로 발견한 쇼핑몰은 전에 갔던데 보다 더 크고 더 좋았다. 규모도 규모이지만 상품의 다양성과 풍부함은 시선을 끊임없이 끌어당긴다. 그리고 피규어나 대형 어린이 장난감 숍등을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특징 중에 하나이다. 인구는 한국의 절반 수준인데 이런 규모의 쇼핑몰이 내가 본 외에도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다. 인구가 한국보다 적은데도 이런 큰 규모의 쇼핑몰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건 국민 한 명당 구매력이 한국보다 크다는 얘기일 것이다. 한국인의 구매력이 말레이시아 국민보다 적은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분명히 술을 먹는데 돈을 쓰고 쓰지 않고의 차이이다. 가계부를 써보면 알 것이다. 우리가 술값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는지, 술값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인간관계 형성을 위한 투자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투자의 관점으로 보기엔 술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비용(cost)이 너무 많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술값으로 허비할 돈으로 자신의 취미생활을 누리고 있다. 더 구제적으로 말하자면 이곳의 젊은이들은 연말 술값으로 지출 할 돈으로 자신의 매니아적인 욕구를 충족 시킬 모형 자동차를 사모으거나 신주쿠 거리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코스프레 숍 같은 곳에서 자기 개성을 표현할 옷을 고르며 연인에게 보다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다. 이것이 한국 보다 낮은 급여 수준으로도 높은 구매력을 가질 수 있는 원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다양성이 부족한 나라라고들 한다. 서로 만나자는 의미의 말이 '술이나 한 잔 하자'로 통하는 건 그런 다양성의 부족을 나타내는 현상 중에 하나가 아닐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할 수 있는 일은 술 먹는 것 외에도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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