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공항 면세점에서 무언가를 사야 하지 않을까?
공항 면세점에서 무언가를 사야 하지 않을까? 비싼 돈 들여서 비행기 타는데 면세점에서 뭐라도 사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20여만원짜리 캐논디카를 샀다. 2~3달 전에 내 생애 첫 디카를 잃어 버렸으니 이것은 내 생애 두 번째 디카인 것이다. 아무튼 내가 생각했던 가격 보다 저렴하게 디카를 산 것에 만족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해서 마음껏 사진을 찍고 다닐 내 모습을 상상하며…. (면세점에서 산 이 디카는 말레이시아에 도착 후에 있을 어떤 사건을 통해 분실하게 된다. )
케세이 퍼시픽 CX415편, AM 8:45분 출발
사실, 비행기에 자리를 잡고 앉은 후에도 내가 정말 말레이시아로 가긴 가는 건지 긴가민가했다. 태어나서 두 번째 타는 비행기였다. 지난 번에는 비행기가 작아서인지 비행기가 아닌 통일호 열차를 타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레일상태가 매우 안좋은 구간을 통과하는….
이번에는 좀 비행기답게 날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내 생애 두 번째 비행이자 가장 긴 비행이였다.
이 비행기는 일단 홍콩에서 정차하고 나는 내려서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 주어진 시간이 한 시간 남짓이었기 때문에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었던 홍콩에 왔지만 공항 대형 유리창 너머로, 그것도 무빙워크를 타고 지나가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고 나니 다른 점은 첫째, 빈자리가 한국에서 홍콩오는 비행기 보다 훨씬 많다는 것. 둘째, 그 몇 안되는 사람들이 다 시커멓다는 것이었다. 내가 한국을 떠나 동남아시아로 왔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난~ 비자에 문제 있는 사람들만 모아 놓은 방에 들어와 있고! 순서표를 뽑는 기계를 찾아 보지만 그런 건 보이지도 않고! 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 어떤 순서로 일이 처리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여기서 내 순서가 되길 기다렸다간 필시 밤이 되기 전에 공항을 벗어날 수 없으리라.
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비자가 없어도 3개월은 머물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럼, 저 사람한테 관광목적으로 왔다고 얘기하고 일단 들어가자, 그리고 나중에 학원에 가서 이 사실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되겠지…..;
그렇게 나는 첫 관문을 다행히 통과했다. 그러나, 그것이 내 고행의 시작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말레이시아는.... 내겐 너무나 가혹했다.